• 2022. 9. 2.

    by. ON그녀

     

    이 책을 고르게 된 이유

    나는 어릴 때부터 음악을 참 좋아하고 그중 피아노가 너무 좋아서 결국 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다. 그와는 너무나도 대조되게 미술은 그림도 너무 못 그리고 작품성 높다고 평가되는 작품이라 하더라도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음악과 심리는 당연히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지만 미술과 심리를 연관 지어 생각해 본적은 단 한 번도 없었던 것 같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 이 책 제목을 처음 봤을 때 작가는 이 두 분야를 어떻게 엮어서 책을 냈을지 그 의도가 궁금했다. 그리고 음악도 그랬던 것처럼 심리 속에서 미술 작품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생긴다면 더 깊이 이해하면서 미술 작품과 화가를 더 인상 깊게 기억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미술과 심리의 만남은 어떻게 표현되었을지 궁금했고 그에 대해 알아보고 싶어서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책에 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

    이 책을 쓴 윤현희 작가는 한국, 미국, 캐나다에서 심리학을 공부했다고 한다. 다양한 국가들에서 공부한 이론을 토대로 심리 치료는 일상 생활의 여러 가지 풍경 속으로 확대할 수 있다고 믿으며 실천해 나갔다. 그리고 이 책은 과거 화가들의 삶을 돌아보며 미술 속에서 작가들이 반영한 심리학적 요소들을 찾아서 기록하고 있다. 윤현희 작가는 심리는 미술뿐 아니라 그 어떠한 분야에서도 분리할 수 없는 요소임을 명시한 듯 보였다.

     

    미술 작품과 작가의 심리 소개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화가들 중 먼저 나이브 아트로 분류되는 애나 메리 로버트슨모지스의 작품을 먼저 소개하려고 한다. 나이브 아트는 정규 미술 교육을 받지 않은 일부 작가들이 만들어낸 작품들로 세련된 기교보다는 그림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을 가지고 그리는 그림을 말한다.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은 주변 환경을 섬세하게 묘사해서 호기심을 자극하고 역동적인 활기가 느껴지며 그림을 보는 사람들에게도 그 느낌이 온전히 전달되는 작품을 그렸다. 나는 모지스 할머니의 그림 중 <칼훈>이 가장 인상 깊었다. 그림의 느낌이 마치 <작은 아씨들> 작품 속 배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것 같았고 그런 곳에서 한 번도 지낸 적은 없지만 그림 속의 장소와 분위기를 통해 마음이 안정되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비전문가인 내 시각으로도 소박한 풍경과 일상적인 모습에 충분히 공감하며 작품과 더 깊게 교감할 수 있었다. 책에 <메이플 시럽 채취>라는 겨울을 배경으로 한 작품에서도 <칼훈>에서 받은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모지스 할머니의 작품은 모두 따뜻하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내가 살아본 적 없는 풍경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경험한 듯 공감하고 향수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기에 충분했다.

    또 다른 화가로는 에드바르트 뭉크가 기억에 남는다. 20세기 초 독일 표현주의, 상징주의에 영향을 준 뭉크는 자기 경험에서 우러나온 죽음의 공포와 삶의 불안을 작품으로 고스란히 표현했다. 뭉크는 가족의 죽음을 반복적으로 경험하였고 이로 인한 공포와 슬픔이 기반이된 작품이 바로 <병든 아이>였다. 또 아버지의 냉혹한 양육 방식으로부터 나오는 부정적인 정서, 부정적인 인지적 편향(본인에게 해롭지 않은 일도 부정적이라 해석하는 것) 또한 그림에 그대로 반영되었다. 자신의 그림에 대한 혹평으로 불안했던 시기에 그려진 뭉크의 대표작 <절규>에도 그러한 모습이 드러난다. 나는 어린 시절 뭉크의 작품을 처음 보았을 때 충격을 받았지만 작가의 자라온 환경과 배경 지식을 알게 되면서 작가의 의도가 조금은 이해되었다. 처절한 투쟁으로부터 나오는 듯한 어두운 그림에서 표출되는 불안과 공포가 나에게도 고스란히 느끼지는 것 같았다. 하지만 뭉크가 그림을 그렸을 때의 심리를 알아본 후 정신적 파국 상태에 도달해있던 뭉크가 그런 모습을 숨기거나 미화하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었다는 것이 오히려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그로 인해 지금까지도 모두가 인정하는 화가로 남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그리고 전 세계의 사람들이 그런 심리를 그림을 통해 알아채고 느낄 수 있게 표현해낸 능력 또한 뛰어나다고 생각하며 높이 평가한다. 뭉크와 비슷한 상황에 처해있을 사람들은 물론 일반 사람들에게도 자신의 어두운 면을 다시 꺼내보게 하는 엄청난 힘이 내재되어 있음을 책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미술관에 간 심리학을 읽고 느낀점

    모지스 할머니는 남편을 잃고 76세에 물감을 들기 시작하였고 심리 치료, 삶의 도구로써 그림을 그리기 시작하며 노년에 더욱더 전성기를 누렸다. 뭉크는 유아기의 정신적 충격과 불안한 검정의 기억으로 불안과 공포 속에서 살아갔지만 그것을 강렬한 색상의 대조, 간략한 구도, 열린 주제를 통해 있는 그대로의 심리를 녹여내어 표현해냈다. 그 외에도 여러 화가들의 삶과 작품을 동시에 살펴보며 멀게만 느껴졌던 미술 작품을 그들의 심리 속에서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을 읽음으로써 음악뿐 아니라 미술 작품도 작가의 심리 속에서 한층 더 깊이 느끼고 해석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는 건 나에게 정말 큰 재산이 될 것 같다. 앞으로 미술 작품을 감상할 때는 그 작품만 보는 것이 아니라 시대적 상황이나 당시 작가의 마음 상태를 함께 알아보는 것이 작품을 이해하는데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며 그 속에 녹아져 있는 심리학적 요소들을 찾아내는 새로운 재미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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