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2. 10. 27.

    by. ON그녀

     

    나에게 묻고 나에게 답하다

     

    Q : 책임 진다는 것은?

    하루를 마감하는 이 시간 오늘은 넋두리 같은 일기를 끄적여볼까 한다. 오늘은 새벽 기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정말 출근하고 싶지 않았다. 할 수만 있다면 어떤 핑계를 찾아서라도 피하고 싶었다. 딱히 이유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나는 요즘 사업장에 가면 숨이 막히고 벗어나고 싶은 충동을 느끼곤 한다. 평소 나답지 않게 이미 충분히 많이 늦은 걸 알면서도 늦장을 부렸다. 결국 모자를 푹 눌러쓰고 출근을 했다. 사업의 규모가 커지고 직원들이 많아지면서 '나는 왜 사업을 하고 있는 거지? 성실납부와 고용창출을 위해서인가?'라는 생각을 종종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3분기 부가세를 납부했다. 당연히 납부해야 하는 세금에 불만이 있는 건 아니다. 하지만 어려운 시기다 보니 그 무엇도 부담이 안 되는 건 없다. 그래도 매출 규모가 커지고 있고 성장하고 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오늘은 사무실 분위기가 싸늘하다. 뭔지 모를 침묵이 나를 더 힘들게 했다. 월요일이라 직원들이 많이 힘든가 싶어서 분위기 전환 차원에서 오후 간식으로 꽈배기를 사다가 먹었다. 맛있게 먹고 다들 평소처럼 대화를 나눴지만 역시나 뭔가 어색하다. 직원들 퇴근 시간이 지나 다들 퇴근하고 내 책상에 갔더니 <사장님께>라는 글이 쓰여 있는 흰색 봉투가 있었다. 느낌이 좋지 않다. 안에는 신입 직원이 쓴 편지가 2장이나 들어 있었다. 업무 인수인계받는 과정에서 사수와 잘 맞지 않아서 힘들었다는 내용과 함께 그로 인해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고 쓰여있었다. 상당히 구체적으로 쓰여있었기 때문에 무슨 말을 하는지는 다 알겠으나 총괄 책임자로서 느끼기엔 오해의 소지가 너무 많아 보였다. 업무 인수인계하는 과정에서 사수도 많이 힘들어했기 때문이다. 물론 서로의 입장 차이란 게 있기 때문에 느껴지는 정도는 각각 다를 수 있다. 하지만 너무나도 결이 다른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이 답답하고 안타까웠다.

    이미 마음이 떠난 사람 잡을 방법은 없어보였다. 하지만 난 모든 일의 마무리를 이렇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 1인이기 때문에 감정을 다잡고 전화를 했다. 전화 너머에서 직원은 "사장님께는 정말 죄송하다"라고 말하고 있었고 나는 이런저런 상황을 설명하며 업무 인수인계 과정에서 오해가 많았던 것 같다고 해명을 하며 감정을 풀어주기 위해 애썼다. 이유가 어찌 됐든 우리 사업장에서 일을 하다가 감정이 상해서 떠나려고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최대한 나쁜 감정은 덜어주고 싶었다. 그게 총책임자로서 나의 역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도 인간인지라 원망스러운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어린아이들도 아니고 본인이 선택한 일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걸 모르진 않을 텐데.. 이렇게 무책임하게 편지 한 통 남겨두고 내일부터 당장 출근을 못한다고 하니.. 나로서는 참 당황스러운 상황이었다. 그만둘 땐 그만두더라도 이렇게는 아닌 것 같으니까 내일 오전에 잠시 만나서 이야기하고 서류적인 후처리를 하자고 얘기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업무 인수인계를 했던 사수와도 대화를 나눴다. 그 마음은 또 얼마나 힘들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내 사람 내가 지켜야 하지 않겠는가.. 사수의 잘못이 아니다. 더 깊이 생각하지 말아라.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마음의 짐을 덜어주려 노력했는데 얼마나 받아들여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오늘은 책임이란 단어가 참 무겁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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